취향따라 떠나는
대만 여행 #2
눈이 즐거운 예스진지

대만 예스진지 여행

직장들이라면 누구나 완벽한 휴가를 꿈꾼다. 반복되는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아주 멀리 떠나 있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책상 위에 잔뜩 쌓여 있는 업무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내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요즘 워라벨이다 탄력근무제다 하면서 예전에 비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고착되어 내려오는 우리나라 조직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일. 앞으로 점차 사람들의 인식도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유럽이나 미주 또는 남미 같은 먼 곳으로 떠난다는 건 언감생심! 최소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워야 하는 그런 여행지는 애초부터 직장인들의 여행 플랜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서 앞뒤로 하루 이틀 연차를 붙여 다녀올 수 있는 곳들로 찾아봐야만 하는데 일본은 최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여행을 가기엔 부담스러워졌고, 필리핀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는 또 너무 식상하게 느껴진다.

어디를 가야 짧은 일정을 활용해서 잘 다녀왔다고 소문이 날까 지도를 펼쳐 놓고 고민한 끝에 내가 선택한 곳은 바로 대만이었다!
대만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비행시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미식여행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또한 수도인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근교에도 둘러볼 만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3박 4일 또는 4박 5일 일정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점점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직장인으로서 그나마 눈치 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기간이 3일 또는 4일인데 그마저도 주말을 포함해서 라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언젠가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믿음으로 힘을 내본다. 대만 여행에서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근교까지 둘러본다고 했을 때 4일 일정이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것저것 많이 챙겨갈 필요 없이 작은 캐리어 하나면 충분한데 갈아 입을 옷 몇 벌만 챙겨 넣기에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만든 기내용 캐리어 만한 것도 없다.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찾아낸 최적의 조합은 백 팩 하나와 기내용 캐리어 하나면 충분. 오히려 너무 많은 짐은 여행을 여행답지 않게 만드는 것 같아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부담없이 가볍게 떠나온 대만 여행은 4일 동안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줬다. 반복적인 회사 업무에 지쳐 있던 나에게 컴퓨터 모니터 대신 푸른 하늘을 보여줬고, 구내식당의 3찬 정식이 아니라 맛있는 대만 음식들로 눈과 귀, 입 모두가 호강한 여행이었다.
타이베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예류 해상지질공원이다. 이곳은 수많은 바위들이 파도와 바람에 깎이는 풍화현상으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일부러 만드려고해도 쉽지 않을 모습에 자연이라는 조각가가 얼마나 위대한 건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여왕머리 바위! 이 바위를 보기 위해 엄청난 줄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 이 여왕머리 바위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녀린 목에 머리를 올린 것 같은 모습이 마치 여왕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이 바위는 머리를 지탱하고 있는 목 부분이 점점 바람에 깎여 나가 얼마 있지 않으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결국 부러질 운명에 처해있다.

이를 두고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인공적으로라도 보수를 해서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자연의 일에 인간이 간섭해서는 안되니 그대로 둬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끝에 결국 투표까지 이어져서 후자의 의견이 받아들여 졌다고 한다. 두 가지 의견 모두 공감이 가는 의견이라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 할 수는 없겠지만 남은 사실은 이제 여왕머리 바위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바위가 부러지기 전에 서둘러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올 것을 권해주고 싶다.
아직까지 여왕 머리 바위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곳은 천등으로 유명한 스펀! 스펀을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소원을 적은 천등 날리기 체험을 하게 될텐데 사실 이 천등은 오래 전 스펀에 자주 출몰하였던 도적떼를 피하기 위한 주민들의 연락책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도적이 나타나면 흩어져 숨어 있다가 도적들이 떠나고 나면 하늘 높이 천등을 날려 안전하다는 걸 알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관광을 목적으로 천등 날리기가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소원 성취율이 꽤 높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으로 스펀에서 천등을 날려 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스펀을 떠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진과스, 이곳은 일제시대 당시 도로 공사를 하던 도중 금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채굴이 진행되었는데 그로 인해 마을이 생겨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다. 지금은 폐광되어 더 이상 금을 채굴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금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당시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진과스 역시 타이베이 근교 여행에서 빼놓아서는 안될 곳이다.
특히 무게 200kg의 엄청난 크기의 금괴를 보관하고 있는 황금박물관과 금광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미생물이 반응해서 마치 황금색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황금폭포는 진과스에서 꼭 봐야할 곳이다.
이곳에서는 당시 금을 캐던 광부들이 즐겨 먹던 도시락을 맛 볼 수 있는데 이름하여 광부 도시락이다. 흰 밥에 나물을 얹고 고기 한 점이 전부인 조촐한 도시락이지만 좁디 좁은 동굴 안에서 한 줄기 빛에 의지해 먹던 이 도시락은 광부들에게 꿀 맛이었을 것이다. 자의 보다는 강제로 끌려와 노역을 해야했던 광부들의 울분이 담긴 도시락이라 생각하니 마냥 맛있게 먹을 수만은 없었다.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진과스를 떠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예스진지(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줄여 부르는 말) 투어의 마지막인 지우펀! 이곳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어둠이 내려 앉은 후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홍등에 불이 켜지면 더욱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엄청난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지우펀은 지옥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 동안 예류 해상지질공원의 여왕 머리 바위와 스펀에서 천등 날리기, 황금마을 진과스, 센과 치히로의 지우펀까지 둘러보고 나면 길었던 하루가 모두 끝이 난다.

짧은 일정의 대만 여행에서 이렇게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 스린 야시장, 융캉제 등 여러 관광지에서 다양한 볼거리도 즐기고, 맛있는 대만의 먹거리도 맛보면서 남은 일정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가면 다시 힘을 내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DITOR. 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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