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클래식,
올드 아바나

쿠바 아바나 여행

2020년이 된 지금, 쿠바 하바나는 여전히 클래식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오랜 시간 동안 미국의 경제 압박 정책의 피해를 받은 덕에 아바나 시내에는 1세기 전의 올드카가 굴러다닌다. 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건물 사이로 어지럽게 엉킨 전깃줄의 모습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나 보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과 같다.
쿠바 아바나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시다. 콜럼버스가 쿠바를 발견한 것은 13세기 후반이다. 평화롭게 살던 쿠바 섬 원주민들은 스페인의 침략으로 일순간에 노예로 전락한다. 스페인에 대항, 포기하지 않고 18세기까지 수차례 반란을 일으켰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20세기 초반,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 활동을 벌인 뒤, 극적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미국계 석유회사를 접수한 사건으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시작됐고, 특히 자동차 수입이 제한되어 클래식한 올드카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아바나를 비롯해 쿠바의 주요 도시에 가면 올드카를 쉽게 만난다.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1950~60년대 미국산 클래식 자동차들이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올드카 택시도 보이고 현지인이 모는 자가용도 많다. 이러한 장면 덕분에 아바나는 ‘거대한 올드카 박물관’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미국과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아바나의 올드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만큼, 아직 쿠바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또한 쿠바는 자유로운 흑인음악의 천국이다. 쿠바에서는 멀쩡히 걸어가던 젊은이들이 문득 서서 느닷없이 춤을 추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전문 춤꾼도 아니고 거리의 예술가도 아닌데 말이다. 길을 걷다가도 흥이 나면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그들의 일상은 여행자에게 문화적 충격을 준다. 유독 흑인 비율이 높은 올드 아바나의 길을 걷다 보면, 이처럼 재미난 장면을 자주 본다.
아바나의 핵심은 카피톨리오, 말레콘, 아르마스 광장 등이 집중된 올드 아바나(Old Havana)다. 아바나 역사지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세 쿠바로의 시간 여행을 해볼 수 있다. 1982년 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대성당 광장과 식민시대 미술관, 도시 박물관 등 중세 아바나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저 올드 아바나의 거리를 걸어보기만 해도 중세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본 쿠바의 참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무조건 올드 아바나로 향하면 된다.
말레콘(El Malecon)은 쿠바의 얼굴로 통하는 장소다. 올드 아바나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바다 저편에는 모로 성이 자리하고 요새 끝엔 하얀 등대가 우뚝 서있다. 낚시꾼들의 모습은 방파제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찔한 높이의 방파제 끝엔 웃통을 벗은 청년이 잔뜩 모여 서로 경쟁하듯 물에 뛰어든다. 저마다 독특한 자세를 취하며 다이빙을 즐기는 청년들은 올드 아바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이곳을 멋지게 감상하려면 해 질 무렵에 찾는 것을 추천한다. 노을 지는 말레콘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강태공들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쿠바가 원산인 모히또나 피나콜라다 한 잔을 더하면 완벽한 시간이 된다.
TRAVEL INFORMATION

쿠바 - ‘쿠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Che Guevara)일 것이다. 그리고 웃통 벗은 청년들이 낚시와 다이빙을 즐기는 말레콘의 방파제 풍경이 따라온다. 쓰러져가는 건물들 사이로 두툼한 시가를 문 쿠바인들의 모습은 화보 그 자체가 따로없다. 이러한 이국적인 풍경에 반해 전 세계 포토그래퍼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아바나 - 쿠바의 수도다. 카리브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도시기도 하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침략과 혁명의 역사를 거쳤는데도, 잘 보존된 아바나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그중 카피톨리오, 오비스포 거리, 말레콘,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올드 아바나는 여행자들로 온종일 발 디딜 틈이 없다.
EDITOR. 이수호